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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드러난 상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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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소미 댓글 0건 조회 32,368회 작성일 19-03-1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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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언어

 

안개로 변신한 저

물의 글이 모호하다

저 언어와 맞닿으려면

물속으로 침잠하는 수밖에 없다

 

폭우 그친 후에 폭설 녹은 후에

암호의 언어만 문자만 남았다

물의 고뇌가 깊어 해석할 수가 없다

 

입술을 열고 혀를 구부려

고함을 지르면서 아우성을 치면서

무슨 말을 끊임없이 토해 내고 있다

양철 지붕에 유리 창문에 부딪히는

물이 시위대의 함성 같았다

 

언어로 하강하는 폭포였다

쿨렁 쿨렁 휩쓸고 가는 물줄기가

강으로 바다로 가면서

무슨 상형문자를 쓰고 있다

 

그래서 한 여름의 비로

한 겨울의 눈으로 내렸던 것이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뺨으로

흘러내렸다 물의 언어였다

 

밖으로 드러난 상흔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속내를 더 이상 감출 수가 없어서

몇 줄의 글을 적어 세상에

던져주고 싶었던 것이다

 

가슴 속에 담아 놓고

무겁게 바위로 억눌러 놓았던

비밀의 어떤 말을 폭탄으로

터뜨리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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