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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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소미 댓글 0건 조회 33,923회 작성일 19-03-05 11:15본문
뚝배기
이제는 도마 위에 비스듬히 놓인
어머니를 보고 있다 불도 꺼지고
칼도 사라지고 빈집 같이 차가운
뚝배기만 바라보고 있다
그 맛이 절대적으로 구수하다
오지 그릇 뚝배기 하나 받아놓고
후후 불면서 이제는 장작개비
같이 드러누운 아버지를 보고 있다
그래서 내가 숟가락과
젓가락을 쥐고 있는 것 아니냐
아버지가 뚝배기 같아서
어머니는 된장국 같아서
이제 막 밥상에 올려 놓았으니
뜨거워 완전히 혀 데겠다
내가 저 틈바구니에서
우연히 목숨 얻었으리라
저 조화로운 生에서 이름을
떡 하니 부여받았으리라
어머니가 말이다 파도 쓸고
마늘도 다져 넣은 어머니의
마음이 말이다 비린내도
죽이고 향긋하겠다
아버지가 말이다
은근슬쩍 아궁이에서 달군
아버지의 몸이 말이다
펄펄 끓어서 손도 못 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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