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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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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소미 댓글 0건 조회 33,940회 작성일 19-03-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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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꽃

 

내가 흙탕물 같았다

못 속으로 늪 속으로 들어가신

아버지 가시연꽃을 꺾으셨네

어서 내려가라고 내 손에

가시 같은 수의를 쥐어주셨다

 

오늘은 가시연꽃에 앉아 보시라고

아버지를 등에 업고 지게에 얹고

산사의 마당에 들어선다

내 등에 불현듯 가시가

돋아났다 연꽃이 피었다

 

다림질로 농 깊숙히 넣어둔

수의를 찾는 아버지 질퍽한

흙길을 숱하게 걸어오시느라

마음마저 누런 황토빛이다

 

한 동안 찢겨지고 파헤쳐진

창문이나 마당을 그대로 닮았다

맥도 험하고 골도 깊다

 

지내온 세월의 그늘이 짙어서

연꽃의 등불을 밝히시려고 하려는가

세상의 늙으신 아버지들은

가시연꽃을 닮았다

 

가시 많은 못이나 늪의

몸을 가려주는 수의 같다

진흙 같은 시절 헤치며 살면서도

상처 숨기지 않으셨는데

이제 먼 길 떠나시겠다며

삼베옷 곱게 한 벌 해입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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