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었다가 녹았다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소미 댓글 0건 조회 35,963회 작성일 19-03-04 09:48본문
강물 속으로
그 속에 내가 보였다가
안보였다가 떠있다가
가라앉았다가
얼었다가 녹았다가
나를 철석철석 때려주면서
베어지고 잘라지고 뽑혀져라
하는 독경 같은 강물
나를 쿨렁쿨렁 밀고 들어와
부서지고 무너지고
깨져라 하는 잠언 같은 강물
뼈를 뚫고 뇌까지
파고드는 물이 둔탁한
나를 깨우치는 스승이라네
나를 죽였다가 다시
살려내는 강물이
그 무엇보다 고귀하다네
그 누구보다 신성하다네
세속의 물질을 끊어내려고
강물 속으로 첨벙 뛰어들어
찬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네
마음에는 또 진흙의 때가
덕지덕지 묻어있다 굳어서
잘 떨어지지가 않아 한겨울
얼음을 깨뜨리는 것이네
씻어내야 할 것이 눈에
보이는 똥오줌뿐일까
벗겨내야 할 것이 밖으로
드러난 피고름뿐일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