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들과 산굽이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게시판 및 자료실

> 게시판 > 자유게시판

유게시판

어두운 들과 산굽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소미 댓글 0건 조회 42,934회 작성일 18-09-05 13:20

본문

xDKqW8K.jpg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그누보드5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 86 한국중독연구재단1층
TEL : 031-810-9251(~5) FAX : 031-810-9259
E-Mail : karfcenter@karf.or.kr
Copyright © karfcenter.or.kr. All rights reserved.
오늘
675
전체
1,019,481